일기 20111214 2011/12/14 17:10 by 어드벤쳐동혁

2010 10월
그날 처음 떠났던 자그레브의 밤거리는 무섭기도 하고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비교적 근사한 저녁식사 후 산책을 나갔으나 겁많고 소심한 나는 그저 광장 주변만 멤돌 뿐이었다. 
전차만 다닐 수 있는 옐라치차 광장엔 계절과 어울리지 않게 때이른 두터운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과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기다리거나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곳엔 의젓한 개 한마리를 데리고 나와 아코디언을 부는 다리가 불편해 보이는 연주자가 있었다.
그의 표정은 기쁨과 자랑스러움이 베어 있었으며 그 주변 사람들은 그를 동정하는 기색따윈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나를 빼고 말이다.

나의 발칸반도 여행은 비엔나에서 시작되었다.
비엔나 공항에 내려 예약된 버스기사를 만나기 위해 공항 건너편 주차장으로 가는 내내 진땀이 났다.
그도 그럴것이 나 또한 다른 일행들과 마찬가지로 초행길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러 곳을 여행했다고는 하지만 (오스트리아도 여행경험이 있다.) 이젠 거의 대부분의 곳이 비슷하거나 헷갈리거나 틀린 기억이 많다. 그래서 따로 꼼꼼히 기록해두지 않으면 이렇게 긴장하기 마련이다.-난 그리 꼼꼼하게 기록하는 성격은 아니다. 관심사에만 집착하지 나머지 것은 도외시 하는 경향이 있거나 미뤄두기 때문이다.

버스기사를 만났지만, 헝가리인이었다.
처음엔 사실 큰 걱정하지 않았으나 다시 진땀 빼는 며칠이 시작되었다. 헝가리인 기사아저씨는 약간의 영어만 가능할 뿐 그 외에 나와 소통할 땐 바디 랭귀지를 해야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 소통이 잘 되는 편이기도 해서 다행이었지만, 우리는 손님들 앞에선 이야기가 잘통하는 연기를 해야만 했다. 그러나 통밥이라는게 있지 않은가? 기사 아저씨 통밥과 내 통밥을 합치면 경력이 약 50년은 될 거다. 나중엔 서로 눈빛만 교환해도 원하는 걸 알 정도였으니 그래도 행운이 따라 준 것 같다.

일정이랄 것도 없지만 처음엔 비엔나의 한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헝가리인 기사가 비엔나에 자주 오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찾았다. 식당에 들어서 손님들이 식사를 하는 동안 나는 식당에 찾아온 오스트리아 현지 여행사 직원을 만났다. 각종 바우처와 현지 지출해야 할 일부 비용들을 준다(?) 이건 현지에서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뜻한다. 그럼 이건 완전 Thru가이드네...
나름 준비를 많이 해오긴 했지만 갑자기 머릿속이 하얘진다. 아 로마 시대때부터 현대 보스니아 내전까지 방대한 역사와 이야기를 내가 해설할 자격과 지식이나 있었던가... 산 넘어 산이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게 영어가 가능한 현지인이 총 9일 일정 중 반나절씩 3번 나온단다...
그러나 결국 나의 평균 하루 수면 시간은 3시간이었고 잠들기 전까지 나는 내가 가져온 모든 도서류와 자료를 바탕으로 다음날 해야할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외워야만 했다. 
더 자격있는 사람이 있으면야 좋지만 아직까지 발칸 반도를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한국내에서도 손가락에 꼽을거다. 그마저도 야박하고 터무니없는 대우 때문에 나서는 사람도 없다.(우리나라 여행사 종사하는 가이드 및 인솔자는 월급이 없고, 하루 평균 $30의 일당을 받는다. 그마저도 한달에 일할 수 있는 날은 보름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쉰부른 궁전 근처에 래디슨 호텔이 우리의 첫 숙소였다. 이번 여정에서 비엔나는 그저 들어가고 나가는 게이트 웨이 역할일 뿐이다.
비엔나도 낭만있고 예쁜 도시이긴 하지만 시간 상 오스트리아 관광은 그라츠 반나절 뿐이다.
래디슨 호텔은 유럽의 여느 다른 도시와 다른 것 없이 좁은 객실과 오래된 고건축물을 개조한 형태의 전통있는 건물에 있는 호텔이다. 깔끔했고, 쌀쌀한 날씨의 추위를 잊게 해줄 포근함이 있었다. 그래도 무선인터넷 등 될 건 다 되었다.
오늘 하루만해도 엄청 긴장을 한 탓에 피곤하기만 하고 잠이 잘 안온다. 바에 가서 마티니 한 잔의 사치를 부리고 잠이 들었다.
자 내일은 그라츠-자그레브로 향해 가는거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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